학교폭력 합의 권유받은 가해 측 부모, 합의 전 확인할 5가지

학교폭력 합의 권유받은 가해 측 부모, 합의 전 확인할 5가지

아이가 학교폭력 가해 측으로 지목되었다는 연락을 받은 뒤, 부모님들은 여러 경로로 "서로 합의해서 마무리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학교 안에서든, 상대 측과의 대화 과정에서든, 주변의 조언이든,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는 이 말이 '지금 합의하면 일이 커지지 않는다'는 안내처럼 들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학교폭력 절차에서 합의가 갖는 의미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특히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에는 우리 아이 사안이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지, 그리고 합의 문구가 어떤 효력을 갖는지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 다섯 가지는 상담 전에도 부모님이 직접 확인해 보실 수 있는 기준입니다.


합의 권유는 공식 안내가 아닙니다

누구에게서 들은 말이든, 합의 권유 자체는 절차의 공식 안내나 종결 통보가 아닙니다.

학교폭력 사안은 접수 → 조사 → 심의라는 정해진 흐름으로 진행되고, 사안 조사는 교육지원청 소속 조사관이 수행합니다. 사안처리 가이드북도 조사 과정에서 사안을 축소하거나 성급한 화해 권유로 절차를 대신하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즉 합의 이야기가 오간다는 것과 절차가 정리된다는 것은 별개입니다. 권유를 들었다고 해서 절차가 끝나는 것도, 끝났다는 뜻도 아닙니다. 사안이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합의하면 끝"이 아닌 구조

학교 단계에서 사안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로 가지 않고 마무리되는 길은 '학교장 자체해결'입니다.

자체해결은 네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① 2주 이상 치료를 요하는 진단서가 발급되지 않았을 것, ②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즉각 복구되거나 복구 약속이 있을 것, ③ 학교폭력이 지속적이지 않을 것, ④ 신고·진술 등에 대한 보복행위가 아닐 것.

여기에 더해 피해 학생과 그 보호자가 심의위원회 개최를 원하지 않는다는 서면 확인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즉 가해 측이 피해 회복에 합의했더라도 그것은 요건 가운데 하나를 채우는 사정일 뿐이고, 자체해결 여부는 피해 측 의사와 학교의 자체해결 검토 절차에 달려 있습니다. "합의서만 쓰면 학폭위는 안 열린다"는 단정은 구조상 성립하지 않습니다. 어느 요건이 문제되는지, 피해 측 의사가 어디에 있는지는 사안마다 달라서, 우리 사안의 쟁점이 무엇인지부터 가려내는 일이 먼저입니다.


합의와 별개로 진행되는 세 절차

학교폭력 사안은 최대 세 갈래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학폭위의 행정 조치, 경찰·법원의 형사 또는 소년보호 절차, 그리고 민사 손해배상입니다.

세 절차는 서로 독립적이어서 합의가 됐다고 자동으로 함께 끝나지 않습니다.

다만 화해의 정도는 각 절차에서 고려 요소가 됩니다.

학폭위는 가해 학생 조치를 정할 때 '화해 정도'를 판단 기준 중 하나로 반영하고, 형사·소년 절차에서도 피해 회복 노력이 참작될 수 있으며, 민사 배상 문제는 합의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합의는 '절차를 없애는 장치'가 아니라 '각 절차 안에서 고려되는 사정'입니다.

하나 더 구분할 것이 있습니다.

학교가 안내하는 '관계회복 프로그램'은 합의와는 다른 제도입니다. 양측 학생과 보호자가 자발적으로 동의할 때만 진행되고, 한쪽이 중단을 원하면 멈추며, 사안 처리를 대신하거나 조치 경감의 조건으로 쓰이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프로그램 참여가 곧 합의서 작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두시면 됩니다.


합의서에 담기는 문구들

합의서를 쓰게 된다면 문구 하나하나가 효력을 갖습니다.

흔히 들어가는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부제소합의 문구로, 이후 소송 제기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수사·재판 단계에서 참작 자료가 됩니다. 상대 학생이 미성년자이므로 법정대리인인 보호자의 서명이 필요하고, 실무상 부모 양측의 서명과 가족관계증명서 같은 증빙을 함께 갖추는 방식이 안내됩니다.

어느 문구도 '관행이니까' 넣는 것이 아니라, 각 문구의 의미와 효력 범위를 확인한 뒤 검토해야 합니다. 같은 문구라도 사안의 단계와 사실관계에 따라 무게가 달라집니다.


서명 전 확인할 다섯 가지

  1. 사실관계

— 아이가 인정하는 부분과 다투는 부분이 정리되었는지. 사실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채 서두른 합의는, 합의서의 문구와 전후 정황에 따라 사실관계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되어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습니다.

  1. 단계

— 사안이 조사 단계인지, 자체해결 검토 단계인지, 심의위원회 회부가 예정되어 있는지. 단계에 따라 합의의 의미와 대응 순서가 달라집니다.

  1. 시점과 방식

— 피해 학생 측의 회복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연락은 2차 가해나 보복으로 오해받을 위험이 있습니다. 연락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시점과 방식을 먼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 범위

— 이 합의가 민사 배상에 관한 것인지, 처벌불원까지 포함하는지, 부제소 문구가 들어가는지. 학폭위·형사/소년·민사 가운데 어디까지 닿는 합의인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1. 기록

— 합의 내용과 이행 약속이 어떤 형태로 남는지. 이행과 기록 방식은 추후 분쟁 여부를 좌우할 수 있고, 자체해결로 종결된 뒤에는 피해 측의 심의위 재요청이 원칙적으로 제한되는 구조라는 점도 함께 이해해 둘 부분입니다.


합의는 잘못을 지우는 도구가 아니라 피해 회복과 절차 정리를 위한 수단이고, 서두르라는 말도 미루라는 말도 정답이 아닙니다.

합의서에 서명한 뒤에는 문구를 되돌리기 어렵고, 학교 절차·소년/형사 절차·민사 문제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지금 사안이 조사 단계인지, 자체해결 검토 단계인지, 심의위원회 회부 가능성이 있는 단계인지에 따라 합의의 의미도 달라집니다.

법률사무소 이룬은 학교폭력·소년형사 사건에서 사안 단계 진단, 합의서 문구 검토, 피해 측 접촉 방식 점검을 돕고 있습니다. 합의 권유를 받았거나 합의서 초안을 받으신 상황이라면, 서명하기 전에 상담을 예약해 현재 단계와 문구의 위험 요소를 먼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