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정지 이의제기, 상품권 판매 자료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지급정지 이의제기, 상품권 판매 자료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계좌 지급정지 이의제기를 준비하고 계신다면, 이미 알고 계신 것처럼 '정상적으로 물건을 팔았다'는 사실만으로는 계좌가 풀리지 않습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7조 제1항 제2호는 이의제기에서 명의인이 정당한 권원을 객관적 자료로 소명하도록 하면서도,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면 그 소명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법원이 실제로 무엇을 근거로 중대한 과실을 인정하거나 부정하는지, 그리고 형사 절차와 별개로 왜 계속 대비해야 하는지를 설명합니다.


핵심 정리

  • 이의제기에서는 먼저 판매대금이라는 정당한 권원을 객관적 자료로 소명해야 하고, 소명해도 명의인이 피해금임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몰랐다면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제7조 제1항 제2호).
  • 대법원은 순금 목걸이 판매 사건에서 중대한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홍콩달러 판매 사건에서 이를 인정했습니다(대법원 2024다216187 · 서울행정법원 2025구합56092).
  • 수사기관이 입건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법에서 말하는 중대한 과실이 자동으로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 거래 당시 놓친 경고나 건너뛴 절차가 나중에 중대한 과실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 두 판결의 차이와 예방 체크리스트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1. 이의제기에서 실제로 다투는 것

이의제기 절차에서는 두 가지를 순서대로 봅니다. 먼저 명의인이 그 돈을 받은 것이 재화나 용역 공급의 대가, 즉 정당한 권원이 있는 판매대금이라는 것을 객관적 자료로 소명해야 합니다(제7조 제1항 제2호). 그 소명이 이뤄지더라도, 명의인이 그 돈이 피해금이라는 사정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다고 인정되면 그 소명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민사(부당이득) 사건에서 '중대한 과실'을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수령한 금전이 편취된 것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그러한 행위를 하지 않는 등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하는 것"으로 정의했습니다(대법원 2024다216187). 이 사건에서는 중고거래로 순금 목걸이를 판매하고 제3자 명의로 대금을 받았는데도, 그 사정만으로는 중대한 과실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2. 두 판결이 갈린 이유

반면 서울행정법원은 홍콩달러를 판매한 사건에서 중대한 과실을 인정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5구합56092). 이 사건에는 앞의 사건과 다른 사정이 여럿 겹쳐 있었습니다. 거래 화면에 '외화거래 3자 사기 주의'라는 경고와 함께 계좌번호를 미리 알려 주지 말고 입금자와 거래 상대방의 명의가 같은지 확인하라는 안내가 떠 있었는데도 그대로 진행했고, 구매자가 요청하지도 않은 증액을 먼저 제안했으며, 물건을 건네기도 전에 대금이 먼저 입금됐고, 고액 거래인데도 수량조차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자신이 수령하는 돈이 편취된 것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는데도 그러한 행위를 하지 않는 등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두 사건 모두 제3자 명의로 대금을 받았다는 점은 같습니다. 갈리는 것은 제3자 명의 입금 그 자체가 아니라, 플랫폼의 경고를 봤는지, 상대방이 이례적인 제안을 했는지, 대면 확인이나 명의 일치 확인 같은 절차를 건너뛰었는지입니다.

다만 두 사건을 나란히 볼 때 한 가지는 구분해 두셔야 합니다. 앞의 대법원 사건은 피해자가 판매자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청구한 민사 사건이고, 뒤의 서울행정법원 사건은 금융감독원의 환급 거부 처분을 다툰 행정 사건입니다. 두 판결이 모두 '중대한 과실'이라는 같은 말을 쓰지만 적용되는 법률과 판단의 목적이 다르므로, 한쪽 결론이 다른 쪽에 그대로 옮겨지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볼 것은 결론이 아니라 법원이 어떤 사정을 무겁게 봤는지입니다.


3. 형사에서 입건되지 않아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

이 법 위반 사건이 전부 기소로 이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2025년 검찰연감에 따르면, 처리 인원 12,419명 가운데 3.5%가 넘는 437명은 혐의없음(320명) 또는 기소유예(117명)로 형사 절차가 마무리됐습니다(검찰연감 2025). 다만 서울행정법원 사건에서는 경찰이 판매자를 참고인으로만 처리하고 형사 입건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법원은 "원고가 수사기관에 의해 입건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거래에 관한 중대한 과실을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판결문 원문의 "원고"는 이 사건의 판매자를 가리킵니다). 사기방조죄의 고의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중대한 과실은 판단 대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형사 절차에서 입건되지 않았다고 해서, 지급정지·환급 절차에서도 중대한 과실이 없다고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재판 단계의 수치도 이 법 위반 사건 전체를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2024년 형사공판에서 처리된 1,551명 중 3%가 안 되는 46명이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사법연감 2025). 위 검찰과 재판 단계의 수치는 모두 이 법 위반 사건 전체의 결과이므로, 정상적으로 상품권을 판매한 개인이 기소되거나 무죄를 받을 가능성을 보여 주는 숫자가 아닙니다.


4. 지급정지와 전자금융거래제한대상자 지정은 다른 절차입니다

지급정지와는 별개로, 접근매체를 넘기거나 빌려준 행위, 계좌 관련 정보를 제공한 행위, 그 밖에 전기통신금융사기를 목적으로 한 범죄로 벌금형 선고 후 3년 또는 징역형(집행유예 포함) 선고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것이 확인된 경우에는 전자금융거래제한대상자로 지정될 수 있습니다(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13조의2 제1항). 이 요건은 '선고 확인'입니다. 판매자에게 벌금형이나 징역형이 선고된 사실이 확인되어야 지정 대상이 됩니다.

헌법재판소가 심사한 2019헌마579 사건에는 청구인(문화상품권을 판매한 사람)이 전자금융거래제한대상자로 지정되어 본인 명의 모든 계좌의 전자금융거래가 금지된 사실관계가 있었습니다. 다만 이 사건은 구법(2014·2018년 개정본) 조항을 심사한 것이고, 지정 요건이 지금과 같지 않았습니다. 지급정지가 됐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모든 계좌의 전자금융거래가 금지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지급정지와 전자금융거래제한대상자 지정은 별개의 절차이고, 후자는 현행법상 별도의 선고 확인 요건을 거쳐야 합니다.


5. 민사에서는 선의이고 중과실 없는 판매자가 보호됩니다

행정 절차에서 겪는 어려움과 별개로, 민사에서는 판매자에게 유리한 판단이 나옵니다. 대법원은 채권자가 편취된 금전임을 몰랐고 그 사실을 모른 데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그 금전 취득은 법률상 원인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4다216187). "선의이고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고, 이 조건을 빼고 "정상 거래면 보호된다"고만 이해하면 안 됩니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그 사실을 몰랐고 중대한 과실이 없었다는 것을 판매자가 증명해야 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증명책임은 피해자 쪽에 있습니다. 다만 이는 민사(부당이득) 절차에 한정된 판단입니다. 행정 절차인 지급정지·이의제기 국면에서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7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명의인이 정당한 권원을 객관적 자료로 직접 소명해야 합니다. 민사에서 증명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다는 것을, 행정 절차에서도 가만히 있어도 된다는 뜻으로 오해하면 안 됩니다.

합의가 되지 않거나 검토가 늦어질 때는, 명의인이나 피해자 쪽에서 상대방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이나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제4조의2 제2항). 그리고 그 소송이 법원에 계속 중이면, 금융회사는 채권소멸절차 개시 공고를 요청하지 않습니다(제5조 제1항 제5호). 다만 소를 냈다고 해서 지급정지가 곧바로 풀리거나 채권 소멸이 반드시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행정법원 사건의 판매자도 공고가 난 뒤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냈지만, 채권은 공고일을 기준으로 2개월이 지나 소멸했습니다. 소송이 이의제기를 대신하지 못하므로, 이의제기는 기한 안에 따로 내야 합니다. 또 소송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언제나 법원의 본안 판단까지 이어진다는 뜻은 아니어서, 사정에 따라서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본안 판단 없이 끝날 수도 있습니다.


6. 중대한 과실로 평가되기 쉬운 거래 형태

서울행정법원은 여러 사정을 종합해 중대한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거래 메시지 위에 '외화거래 3자 사기 주의' 문구가 표시돼 있었고, 이를 누르면 계좌번호를 미리 알려 주지 말 것, 상대방이 보는 앞에서 직접 이체하도록 요구할 것, 입금자와 거래 상대방의 명의가 같은지 확인할 것 같은 주의 사항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판매자는 계좌번호를 미리 알려 주었고, 직접 이체를 요구하지도, 명의를 확인하지도 않았습니다. 여기에 고액 거래였다는 점, 구매자가 요청받지도 않은 증액을 먼저 제안한 점, 고액인데도 수량을 확인하지 않은 채 대면 직전에 대금이 먼저 입금된 점, 같은 수법을 다룬 기사가 이미 적지 않았다는 점이 함께 고려됐습니다. 법원은 중고거래에서 대금을 먼저 보내는 일 자체는 드물지 않다고 보면서도, 이런 사정이 겹친 점을 무겁게 봤습니다. 이 사정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디지털 상품권처럼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거래에 맞게 일반적인 점검 요령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제3자 명의로 입금하겠다는 요청은 거절합니다.
  • 입금자 이름과 거래 상대방 이름이 같은지 확인합니다.
  • 핀번호를 전송하기 전에 입금 명의를 먼저 확인합니다.
  • 대면 거래라면 상대방이 보는 앞에서 직접 계좌로 이체하도록 요구합니다.
  • 상대방이 요청하지 않은 금액 증액이나 서두르는 거래 요구는 경계합니다.
  • 계좌번호를 거래 전에 미리 공유하지 않습니다.
  • 고액 거래일수록 수량과 상태를 반드시 확인합니다.

이런 사정이 여러 개 겹치면, 나중에 이의제기 단계에서 중대한 과실로 평가될 위험이 커집니다.


7. 자주 묻는 질문

Q1. 형사 입건이 안 됐으면 안심해도 되나요?

형사사건에서 입건되지 않고 참고인으로 처리된 것과, 지급정지·환급 절차에서 '중대한 과실'이 없다고 인정되는 것은 판단 대상이 다릅니다(서울행정법원 2025구합56092). 입건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중대한 과실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Q2.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는 누가 판단하나요?

1차적으로는 계좌를 관리하는 금융회사가 이의제기 절차에서 판단합니다. 그 뒤 환급금 지급이 거부되면, 그 거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앞에서 본 서울행정법원 사건이 바로 그런 소송이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5구합56092 「환급금청구기각처분취소청구의소」). 이와 별개로, 상대방과의 권리관계 자체를 다투려면 채무부존재확인소송 등 민사 절차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제4조의2 제2항).

Q3. 거래 당시 경고 문구를 못 봤다고 주장하면 되나요?

서울행정법원 사건에서는 경고 문구가 화면에 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판단 근거가 됐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5구합56092). 못 봤다는 주장만으로 중대한 과실이 없다고 인정되지는 않으며, 실제로 확인 조치를 했는지가 함께 검토됩니다.

위 답변은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사안의 판단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마치며

정상적으로 물건을 팔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거래 당시 어떤 경고를 확인했고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가 중대한 과실 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법률사무소 이룬 · 광고책임변호사 김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