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행정심판에서 조치가 취소된 뒤, 대법원은 무엇을 보았나

학폭 행정심판에서 조치가 취소된 뒤, 대법원은 무엇을 보았나

학폭위에서 조치가 나왔는데 상대가 행정심판을 걸어 그 조치가 취소되는 일이 있습니다. 어느 쪽에 서 계시든 남는 질문은 같습니다. 그러면 이 일은 학교폭력이 아니었던 걸까요.

2026년 9월 3일 대법원이 바로 이 질문을 다룬 판결을 내놓았습니다. 대법원 2026. 9. 3. 선고 2026두30954 판결입니다.

무엇이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그 판단 기준을 대법원이 정면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동안 이 문제는 하급심 판결들이 사건마다 쌓아 온 영역이었습니다. 「학폭 행정심판」을 찾아보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 내용이라 정리해 드립니다.


핵심 정리

  • 대법원은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를 법에 적힌 문언에 들어맞는지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 행위의 경중, 발생 경위와 전후 사정,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연령이나 관계를 고려한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학생 선도·교육의 필요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입니다.
  • 이 사건에서는 가해학생에게 내려진 조치가 행정심판에서 취소됐고, 그 재결을 다툰 소송에서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 다만 이것은 「어리면 학교폭력이 아니다」라는 뜻이 아닙니다. 문언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정을 함께 평가한다는 뜻입니다.
  • 이 기준을 대법원이 밝힌 것은 처음이라, 앞으로 학폭위와 하급심 판단의 기준선이 됩니다.

확인할 것

조치 통보를 받으셨거나 상대가 불복했다면 기한부터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행정심판은 원칙적으로 조치를 안 날부터 90일, 있은 날부터 180일 안에 청구해야 합니다.


1. 어떤 사건이었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학교에서 다른 학생을 밀어 다치게 한 일이 있었습니다. 교육장은 이를 학교폭력으로 보고 서면사과 조치를 했습니다.

조치를 받은 학생 측이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행정심판위원회는 그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서면사과 조치를 취소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피해학생 측이 그 재결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원심은 학생의 연령, 행위의 모습, 전후 사정을 고려할 때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고, 대법원은 이를 수긍해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읽어 보시면 알 수 있듯, 이 사건은 상해가 발생했는데도 학교폭력으로 인정되지 않은 사례입니다. 왜 그런 결론이 나왔는지가 이 글의 본론입니다.


2. 법에는 무엇이라고 적혀 있나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는 학교폭력을 이렇게 정합니다.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폭력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누구를 대상으로 했는지(학생), 어떤 행위였는지, 그리고 피해가 따랐는지입니다.

이 사건은 2023년에 있었던 일이라 개정 전 법률이 적용됐습니다. 다만 대법원이 판단의 기준으로 삼은 부분, 곧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라는 문언은 지금 법과 같습니다.

문언만 놓고 보면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미는 행위와 신체적 피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교육장도 그렇게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것만으로 판단을 끝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3. 대법원이 밝힌 판단 방법

대법원은 어떤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그 행위가 정의에 문언상 부합하는지 여부뿐만 아니라 아래 사정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해당 행위의 경중
  • 발생 경위나 전후 사정
  •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연령이나 관계
  • 위 사정을 고려한 피해학생의 보호 및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의 필요성

즉 문언에 들어맞는지는 출발선이고,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앞의 사건에서 결론이 갈린 곳도 바로 여기였습니다.

이 판단 방법은 법 자체에서 나옵니다. 같은 법 제1조는 이 법의 목적을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이라고 밝히고 있고, 제3조는 이 법을 해석하고 적용할 때 국민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조치가 내려지면 기록이 남고 학교생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법이 스스로 신중하라고 적어 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어떻게 적용됐나

원심은 단순히 학생이 어리다는 이유로 결론을 낸 것이 아닙니다. 행위가 일회적으로 발생한 경위, 당시 학생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정도, 두 학생의 평소 관계, 사건 뒤의 사과와 화해, 그리고 별도의 학교폭력 조치가 필요한 정도를 함께 살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종합 판단이 학교폭력예방법의 해석 기준에 부합한다고 보아 원심 결론을 수긍했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달랐다면 결론도 달라질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도 같은 「미는 행위」를 두고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평소 관계가 어땠는지, 그 뒤에 무엇이 오갔는지에 따라 평가가 갈립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 실제로 어떤 사정이 어떻게 평가됐는지는 앞 문단에 적은 범위까지입니다.

그래서 조치를 다투는 자리에서는 「그런 일이 있었다, 없었다」와 「피해가 있었다, 없었다」에 더해 「인정된 그 일을 학교폭력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까지 함께 다투어집니다. 앞의 둘도 여전히 핵심 쟁점입니다.


4. 이 판결의 의의 — 대법원이 처음으로 밝힌 기준

먼저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형사처벌이 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학교폭력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는 형법상 범죄가 성립하는지와 별도로, 학교폭력예방법의 목적과 요건에 따라 판단됩니다. 반대로 피해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학교폭력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 사이에서 법원은 그동안 이런 선을 그어 왔습니다.

  • 안전사고와 폭행 사이. 신체활동을 하다가 부주의로 부딪혀 피해가 적지 않게 발생했더라도, 때리려는 의사가 없이 지나친 장난 과정에서 생긴 사고라면 학교폭력이 아니라 안전사고로 본 사례가 있습니다.
  • 일상적인 다툼과 폭행 사이. 어깨가 부딪히는 정도의 마찰이 있었더라도, 학교생활에서 으레 생기는 다툼을 모두 학교폭력으로 다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
  • 장난과 성적 행위 사이. 행위를 한 학생의 의도, 평소 친밀한 정도, 그 행동이 나오게 된 원인, 신고가 이루어진 경위와 시점을 함께 보아 학생들 사이의 장난으로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어린 학생 사안에서 해당 여부를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고 본 하급심 판결들도 이미 여러 건 있습니다.

다만 그 선들은 모두 하급심이 그은 것이었습니다. 사건마다 판단이 쌓였지만, 무엇이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를 대법원이 정면으로 밝힌 적은 없었습니다. 이번 판결이 그 자리를 채웠습니다.

그래서 이 판결은 결론 하나보다 기준을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앞으로 학폭위가 심의할 때도, 하급심이 그 조치를 다시 볼 때도 이 기준이 출발점이 됩니다. 가해 지목 학생 측이든 피해학생 측이든, 무엇을 주장하고 무엇을 자료로 남겨야 하는지가 그만큼 분명해졌습니다.


5. 나이는 어디에서 작용하나

여기서 나이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형법은 만 14세가 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하지 않고, 소년법도 만 10세 미만에게는 보호처분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학교폭력예방법은 형법이나 소년법처럼 가해학생의 최저 연령을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는 형사처벌이나 보호처분의 기준일 뿐,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를 가르는 기준과는 다릅니다.

따라서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는 이유만으로 학교폭력예방법의 적용 가능성이 당연히 배제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어린 학생의 행위일수록 법원은 더 신중하게 봅니다. 나이와 발달 정도, 그 행동의 의미와 당시 상황을 이해하고 스스로 조절할 수 있었는지, 피해학생을 보호하고 교육적 조치를 할 필요가 있는지를 함께 따집니다.

평소 관계가 어땠는지, 그 뒤에 사과와 화해가 있었는지도 고려됩니다. 다만 사후에 사과가 있었다고 해서 이미 있었던 일이 없던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사과와 화해는 해당 여부뿐 아니라 조치가 어느 정도로 필요한지를 정할 때 함께 평가되는 사정입니다.

나이가 면제 사유는 아니고, 무시되는 사정도 아닙니다. 이 구분이 흐려지면 양쪽 모두 잘못된 기대를 갖게 됩니다.


다투기 전에 정리해 둘 것

조치를 다투든 방어하든, 종합해서 평가되는 재료는 같습니다.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적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 그 일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누가 먼저 제안하거나 말을 걸었는지
  • 전후 사정: 그 직전에 무슨 일이 있었고, 직후에 어떻게 행동했는지
  • 두 학생의 평소 관계: 친했는지, 갈등이 이어져 왔는지
  • 피해의 내용과 정도: 진료 기록이 있다면 날짜와 함께
  • 사후 대응: 사과가 있었는지, 언제 어떤 방식이었는지
  • 학생 본인의 말: 보호자의 판단과 아이의 진술이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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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아래 답변은 일반적인 정보이고, 개별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1. 이번 판결이 나왔으니 비슷한 사건은 다 학교폭력이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이 밝힌 것은 판단할 때 무엇을 함께 보아야 하는가이지, 어떤 유형은 학교폭력이 아니라는 결론이 아닙니다. 같은 「미는 행위」라도 경위와 관계, 피해 정도에 따라 결론은 달라집니다.

Q2. 조치가 취소됐으면 학교폭력이 아니었다는 뜻인가요?

행정심판에서 조치가 취소됐다면 그 조치를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는 결정이 내려졌다는 뜻입니다. 곧바로 「학교폭력이 아니었다」는 의미인지는 재결 이유를 확인해야 합니다. 조치는 실체 판단뿐 아니라 절차상 하자나 재량 문제로도 취소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결서를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Q3. 상대가 행정심판에서 이겼습니다. 피해학생 쪽도 다툴 수 있나요?

학교폭력예방법은 피해학생과 보호자에게도 조치에 대한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의 길을 열어 두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도 피해학생 측이 다툰 경우입니다.

다만 구조가 다릅니다. 통상은 조치 자체를 다투는 소송입니다. 그런데 상대방의 행정심판이 받아들여져 조치가 이미 취소된 뒤라면, 피해학생 측이 다투는 대상은 조치가 아니라 그 재결이 됩니다. 이 경우에는 ⑴ 재결을 직접 소송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지 ⑵ 어떤 위법을 주장할 수 있는지를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원래 조치가 옳았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Q4.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은 무엇이 다른가요?

행정심판은 교육청에 설치된 위원회가 판단하고 조치가 위법한지와 부당한지를 모두 봅니다. 조치를 변경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처분의 당부를 처음부터 다시 정하기보다 사실을 잘못 인정했는지, 절차에 하자가 있는지, 법령을 위반했는지, 재량을 벗어나거나 남용했는지를 심사합니다. 그래서 법원이 심의위원회와 다른 결론에 이를 수는 있지만, 법원이 더 적절하다고 보는 조치를 새로 정해 주는 절차는 아닙니다.

Q5. 기한은 얼마나 되나요?

원칙적으로 행정심판은 조치를 안 날부터 90일, 있은 날부터 180일 이내입니다. 행정소송은 안 날부터 90일, 있은 날부터 1년 이내입니다.

다만 행정심판을 거친 뒤 소송으로 갈 때는 기산점이 달라집니다. 언제부터 세는지가 사건에 따라 갈리고, 불가항력이나 정당한 사유, 행정청이 기한을 알려 주지 않았거나 잘못 알려 준 경우에는 예외도 있습니다. 기한을 놓치면 원칙적으로 다투기가 매우 어려우므로, 재결서나 조치결정통보서를 받으신 즉시 남은 기간부터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Q6. 그러면 교육장이 조치를 하지 않을 재량이 생긴 건가요?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도 그 주장이 상고이유로 올라왔지만, 대법원은 원심이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지 「해당하는데도 조치를 안 할 수 있다」고 본 것이 아니라고 정리했습니다. 즉 학교폭력에 해당한다면 조치는 이루어져야 하고, 이 판결이 다룬 것은 그 앞 단계인 해당 여부입니다.


마치며

이번 대법원 판결이 남긴 것은 결론 하나가 아니라 판단하는 방법입니다. 학교폭력인지 아닌지는 단어를 맞춰 보는 일로 끝나지 않고, 무슨 일이 어떻게 있었고 두 아이가 어떤 사이였고 그 뒤에 무엇이 오갔는지까지 함께 놓고 봅니다. 법이 이 절차를 둔 이유가 피해를 입은 아이를 보호하고 다른 아이를 가르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치가 나왔든 취소됐든, 앞서 정리해 드린 항목부터 하나씩 짚어 보시면서 재결서와 조치결정통보서를 확인해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재결서를 함께 읽어 보시겠습니까

조치와 재결은 문장 하나로 판단이 갈리기도 합니다. 재결서와 조치결정통보서를 가지고 오시면 어떤 사정이 어떻게 평가됐는지부터 짚어 드리겠습니다. 수원 사무실에서 현재 단계와 준비하실 자료를 함께 점검해 드리겠습니다.

법률사무소 이룬 · 광고책임변호사 김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