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손해배상, 학교도 책임질까요 — 가해 부모만으론 안 될 때 확인할 것

학교폭력 손해배상, 학교도 책임질까요 — 가해 부모만으론 안 될 때 확인할 것

"학교폭력 손해배상"을 찾아보시는 분들이 실제로 막막해지는 지점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자체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학폭위 조치가 끝난 뒤, 가해 학생 부모에게 배상을 청구했는데 배상할 돈이 없다고 하거나 아예 협의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입니다. 이때 "그럼 끝인가요, 학교에는 책임을 물을 수 없나요"라는 질문이 남습니다.

답부터 말씀드리면, 학교 측이 함께 책임지는 경우가 법에 정해져 있습니다. 다만 그 성립 요건은 좁고, 성립하더라도 "누가" 책임지는지는 자녀가 다니는 학교가 국·공립인지 사립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핵심 정리

  • 교사가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고 막을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면, 학교 측도 함께 책임집니다.
  • "학교 측"이 정확히 누구인지는 국·공립인지 사립인지에서 갈립니다.
  • 가해 학생 부모의 배상 능력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학교 책임이 저절로 생기지는 않습니다.
  • 교사가 법령과 학칙에 따라 정당하게 지도했다면 이 경로 자체가 열리지 않습니다.

1. 가해 부모에게만 물어야 하나요 — 아니요, 학교 측도 함께 책임질 수 있습니다

가해 학생과 그 부모가 1차 책임자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판례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교장이나 교사가 학생을 보호·감독할 의무를 진다고 보면서도, 그 의무가 학교 안 모든 생활관계에 미치는 것은 아니고 "학교에서의 교육활동 및 이와 밀접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생활관계"에 한정된다고 판시해 왔습니다(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5다24318 판결). 즉 책임의 범위 자체가 좁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 범위 안에 들어오더라도,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되거나 예측가능성(사고 발생의 구체적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보호·감독의무 위반 책임이 인정됩니다. 이때 법원은 교육활동의 때와 장소, 가해자의 분별능력과 성행,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그 밖의 여러 사정을 함께 고려합니다(같은 판결). 학교폭력처럼 갈등이 반복된 사안에서는, 담임교사나 학교 측이 이미 문제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정황이 남아 있는지가 이 요건의 핵심 쟁점이 됩니다.

두 요건을 모두 충족하더라도, 학교 측이 상황에 맞는 예방 조치를 충분히 취했다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즉 "몰랐다"가 아니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손을 놓고 있었다"는 사정이 확인되어야 이 경로가 열립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짚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예견가능성을 폭력 자체에 대한 것그로 인해 발생한 중대한 결과에 대한 것으로 나누어 판단해 왔습니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5다16034 판결). 중대한 결과까지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도, 갈등에 대한 대응을 소홀히 한 과실이 인정되면 학교 측의 배상책임은 별도로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다시 말해 교사 개인의 책임이 부정되는 경우에도, 학교 측 배상책임 자체가 함께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가해 학생 부모의 과실과 담임교사·교장의 과실이 경합한 사안에서 부모와 지방자치단체 모두에게 공동불법행위자로서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위 2005다24318 판결).


2. 그런데 "학교 측"이 정확히 누구인가는 학교 유형에서 갈립니다

여기서부터가 놓치기 쉬운 지점입니다. 위 요건이 충족됐다고 해서 청구 상대가 항상 같은 것은 아닙니다. 자녀가 다니는 학교가 국·공립인지 사립인지에 따라 배상 의무를 지는 주체 자체가 달라집니다.

국·공립학교 교사는 공무원 신분입니다. 그래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이 적용됩니다 —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국립학교라면 국가가, 공립학교라면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배상 주체가 됩니다.)

그렇다면 교사 개인은 어떨까요. 대법원은 헌법 제29조 제1항 본문과 단서, 그리고 국가배상법 제2조를 그 입법 취지에 조화되도록 해석해, 공무원이 직무 수행 중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배상책임을 지는 것과 별개로 공무원 개인은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을 때에만 책임을 지고, 경과실뿐인 경우에는 개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판시합니다(대법원 1997. 2. 11. 선고 95다5110 판결). 이 구분은 공무원이 공무 집행을 위축시키지 않고 안정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됩니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18다288631 판결). 판례가 말하는 중과실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뜻합니다(같은 판결).

한 가지 덧붙이면, 국가배상책임은 뒤에서 볼 민법상 사용자책임과 구조가 다릅니다. 사용자책임에는 "선임·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는 면책 항변이 조문에 있지만(민법 제756조 제1항 단서), 국가배상법에는 그에 해당하는 항변 규정이 없습니다.

사립학교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대법원은 교육공무원의 교육업무상 불법행위에는 특별법인 국가배상법이 적용되어 민법상 사용자책임 규정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판시합니다(대법원 1996. 8. 23. 선고 96다19833 판결). 뒤집어 보면, 공무원이 아닌 사립학교 교사에게는 국가배상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위에서 본 경과실 면책 구조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립학교 사안은 민법의 일반 원칙으로 돌아갑니다. 교사 본인은 민법 제750조에 따라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손해를 가한 자로서 책임을 질 수 있고, 학교법인은 민법 제756조 제1항에 따라 피용자가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에 대해 사용자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다만 학교법인은 선임·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다했거나 주의를 했더라도 손해가 있었을 경우에는 면책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1항 단서). 교장·교사의 보호·감독의무에 관한 앞의 법리는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사립학교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다만 "사립학교 교사는 경과실만으로도 개인 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는 부분은 위 96다19833 판결의 반대해석과 학설·주석서의 설명에 기댄 것으로, 이 점을 정면으로 판시한 대법원 판결을 이 글에서 별도로 확인하지는 않았습니다. 개별 사안에서는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3. 다만, 교사가 정당하게 지도했다면 이 경로 자체가 열리지 않습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1조의4 제3항은 학교의 장과 교원이 관계 법령과 학칙을 준수해 정당하게 학교폭력사건 처리 또는 학생생활지도를 한 경우, 그로 인한 민사상·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절차와 기준을 지켜 적절히 대응한 정황이 뚜렷하다면, 위 1·2의 논의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교사가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충분히 손을 쓰지 않았는지가 첫 관문이고, 통과한다면 그 다음은 학교 유형에 따라 청구 상대가 갈리며, 반대로 교사가 법령과 학칙대로 정당하게 대응했다는 점이 확인되면 이 논의 자체가 닫힙니다.

여기서 한 가지, 절차를 겪으신 뒤에야 확인하게 되는 점이 있습니다. 학폭위 조치가 내려지고, 사안에 따라 형사·소년보호 절차까지 이어졌더라도, 그 절차들의 결론은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와 처분이지 피해에 대한 배상이 아닙니다. 조치 결과 통지서를 받아 든 시점이 배상 문제의 끝이 아닐 수 있는 이유입니다.


4. 상담 전 실무 체크리스트

  • 정리해 둘 자료: 학폭위 조치결과통지서 · 사안 경위 기록(일시·장소·경위) · 진단서·치료비 영수증 · 학교 측과 주고받은 면담록·통지서 · 목격자 진술이 있다면 그 확보 경위
  • 확인할 사항: 소멸시효 —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입니다(민법 제766조). 다만 국가를 상대로 하는 경우에는 국가재정법 제96조,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하는 경우에는 지방재정법 제82조가 각각 적용되어 기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 외 학교가 국·공립인지 사립인지, 학교 측이 사전에 문제를 인지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있었는지
  • 하지 않는 것이 나은 행동: 가해 학생·보호자와의 감정적 직접 대면 · 학교 측에 구두로만 항의하고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 · 확보한 증거를 임의로 폐기하거나 편집하는 것
  • 기한·증거 관련 유의사항: 학교 측에 자료를 요청할 때는 가능한 서면으로 남기고, 면담·통화는 날짜·참석자·내용을 그날 메모로 남기시기 바랍니다. 학폭위 결과에 대한 이의가 있다면 별도 불복 기한이 있으므로 함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학교폭력 손해배상, 가해 학생 부모에게만 청구할 수 있나요?

A. 아니요. 교사가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고 예방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사정이 확인되면 학교 측에도 함께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다만 요건 충족 여부는 사안마다 다르므로 개별적인 확인이 필요합니다.

Q. 담임교사가 개인적으로 손해배상을 하게 되나요?

A. 학교 유형에 따라 다릅니다. 국·공립학교라면 교사의 과실이 경과실에 그치는 한 교사 개인은 책임을 지지 않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배상하며,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어야 교사 개인도 함께 책임집니다. 사립학교라면 이 면책 구조 자체가 적용되지 않아 교사 개인이 민법 제750조에 따라 책임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Q. 사립학교라면 무엇이 특히 다른가요?

A. 사립학교 교사는 공무원이 아니므로 국가배상법상 경과실 면책 구조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교사 본인은 민법 제750조, 학교법인은 민법 제756조 제1항에 따라 각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다만 이 부분은 대법원 96다19833 판결의 반대해석과 학설에 근거한 설명입니다.

Q. 소년보호 절차에서 심리불개시가 나오면 배상도 받을 수 없는 건가요?

A. 아닙니다. 심리불개시는 소년부 판사가 심리를 열지 않기로 한 절차상 결정일 뿐이며, 무혐의도 피해 부정도 아닙니다. 소년보호 절차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는 서로 다른 절차이므로, 소년보호 절차의 결론과 무관하게 배상 청구는 별도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위 답변은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판단은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다릅니다.


마치며

가해 학생 부모에게 배상 능력이 없거나 협의 자체가 막힌 상황이라면,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교사가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는지, 학교가 국·공립인지 사립인지에 따라 학교 측에 함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조가 법에 정해져 있습니다. 다만 그 성립 요건은 좁고 사안마다 다르게 판단되므로, 막연히 기대하기보다는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유형과 그동안 학교 측이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함께 정리해 확인하시는 것이 실질적인 다음 단계입니다.

이 글은 촉법소년 민사책임 연작의 2편입니다. 1편 촉법소년 민사책임, 부모가 배상해야 하나요? · 단체 카톡 캡처, 학폭 증거로 내기 전에 확인할 7가지를 함께 두었습니다.

학폭위 조치 이후에는 "가해 측이 배상을 하느냐"만큼이나, 지금 우리 사안이 어느 단계에 있고 청구 시점까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학교와의 자료 요청, 소멸시효 기산점 확인, 청구 상대 특정을 앞두고 순서가 고민되신다면, 상담을 통해 현재 단계와 준비할 자료를 함께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상담 문의: 031-214-4017 · 상담 예약 안내

법률사무소 이룬 · 광고책임변호사 김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