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배상명령 신청 열 건 중 일곱 건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 이유 중에는 재판 중에 한 합의도 있습니다. 그 해 처리된 49,489건 가운데 인용된 것은 13,909건입니다. (사법연감 2025) 다만 이 수치는 그 해 전체의 흐름을 보여 줄 뿐이고, 개별 사건의 결과가 평균으로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내 사건이 어느 쪽에 가까운지는 합의 내용과 남은 손해가 얼마나 분명한지에 달려 있습니다.
형사재판에서 배상명령을 신청하신 분들은 대개 선고 당일 주문을 듣다가 처음으로 "각하"라는 말을 마주합니다. 합의서를 냈으니 오히려 배상이 인정될 거라 기대했는데, 주문에는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말만 남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때 드는 질문은 대체로 두 가지입니다. 이 결정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지, 손해배상은 이제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입니다. 이 글은 각하되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고, 그 뒤에 신청인 입장에서 남는 절차를 순서대로 안내합니다.
핵심 정리
- 배상명령이 각하되는 대표적인 이유는 피해 금액이 특정되지 않았거나 배상책임의 범위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이 밖에 신청이 적법하지 않거나 공판이 크게 늦어질 우려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 각하 결정에는 신청인이 불복할 수 없고, 같은 신청을 다시 낼 수도 없습니다.
- 다만 각하는 손해배상을 받을 권리 자체를 없애지 않습니다.
- 민사소송, 지급명령, 소액사건, 신체범죄라면 범죄피해구조금 중에서 사건에 맞는 절차로 옮길 수 있습니다.
지금 각하 결정을 받으셨다면, 아래 실무 체크리스트부터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1. 배상명령이 각하되는 이유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제3항은 피해자의 성명이나 주소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 피해 금액이 특정되지 않은 경우, 배상책임의 유무나 범위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 배상명령이 타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배상명령을 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제25조 제3항에 따라 배상명령을 할 수 없는 사유가 있으면, 법원은 제32조 제1항에 따라 그 배상신청을 각하합니다. 대법원은 이 기준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습니다. 배상명령은 피해 금액이 특정되고 배상책임의 범위가 명백한 경우에 한해 허용되는 간편한 제도입니다(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2도7144 판결).
실무에서 이 기준에 걸리는 경우는 대체로 세 가지입니다.
첫째, 합의나 변제로 남은 손해가 불분명해지는 경우입니다. 재판 중에 합의서나 처벌불원서가 제출되면 합의금이 손해배상금의 일부인지 전부인지, 실제로 얼마가 지급됐는지, 더 청구할 손해가 남았는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1심에서 인정됐던 배상명령이 항소심에 제출된 합의서 때문에 책임 범위를 알 수 없게 됐다며, 배상명령을 취소하고 배상신청을 각하했습니다(대법원 2017. 5. 11. 선고 2017도4088 판결). 합의가 언제나 배상명령에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뜻이고, 대법원 판례에서 반복해서 문제가 된 대표적인 유형입니다. 반대로 합의가 늘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합의금의 액수와 지급 시기, 합의서가 민사상 청구 포기까지 담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둘째, 과실상계나 공범 사이의 책임 분담이 얽히는 경우입니다.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는지, 여러 가담자 중 누가 얼마를 책임지는지는 형사재판이 간편하게 정하기 어렵고, 이 경우에도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제3항 제3호가 말하는 배상책임의 범위가 명백한지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절차상의 흠입니다. 요건을 모두 갖췄더라도 1심 변론이 끝난 뒤에 신청서가 접수되면 각하됩니다(대법원 2022. 1. 14. 선고 2021도13768 판결). 배상명령의 대상이 되는 범죄가 아니거나, 같은 범죄행위에 관한 손해배상청구가 다른 절차에서 이미 진행 중인 경우처럼(제26조 제7항) 신청 자체가 적법하지 않은 때에도 각하됩니다.


2. 각하 결정 이후 닫히는 것과 남는 것
제32조 제4항은 각하 결정과 일부 인용 결정에 대해 신청인은 불복할 수 없고 같은 배상신청을 다시 낼 수도 없다고 정합니다. 1심에서 각하되면 항소심에서 같은 신청을 다시 내는 것도 허용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22. 1. 14. 선고 2021도13768 판결). 금액을 일부 줄이거나 표현을 바꾸더라도 같은 범죄사실과 같은 손해를 대상으로 한 신청이라면 동일한 배상신청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배상명령이 내려진 경우 피고인은 그 부분만 따로 즉시항고할 수 있는데(제33조 제5항), 신청인의 불복 금지와는 별개의 절차입니다.
다만 각하가 닫는 것은 그 형사절차에서 배상명령을 하지 않는다는 데까지입니다. 손해배상청구권이 있는지와 그 범위는 민사절차에서 다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제34조 제2항이 제한하는 것은 확정된 배상명령의 인용금액 범위에서 같은 손해를 다른 절차로 다시 청구하는 것입니다. 각하된 경우에는 확정된 인용금액이 없으므로 이 제한은 문제되지 않습니다. 다만 민사소송에서는 합의와 변제 여부, 손해액, 책임의 범위, 소멸시효 같은 항변이 별도로 심리됩니다.

3. 각하 뒤 남는 절차
남는 선택지는 사건의 성격에 따라 달라집니다.
재산범죄라면 대개 민사소송, 지급명령, 소액사건 중에서 고릅니다. 2024년 배상명령이 인용된 사건에서 사기와 공갈이 차지하는 비중은 열에 아홉 정도이고, 지방법원 인용 13,866건 중 12,561건입니다. 이 비중도 전체 집계이고, 어느 절차가 맞는지는 사건마다 다릅니다. (사법연감 2025) 합의나 변제, 과실상계처럼 다툼의 여지가 있는 사건은 민법 제750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방이 다투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주소가 분명하며 금액이 명확하다면 민사소송법 제462조의 지급명령을 신청할 수 있고, 송달 뒤 2주 안에 이의가 없으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깁니다. 청구 금액이 3,000만 원 이하라면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른 소액사건으로 진행할 수 있어 절차가 비교적 간단합니다.
신체에 대한 범죄라면 위 세 가지에 더해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16조의 범죄피해구조금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범죄 피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배상받지 못한 경우에 해당하며, 신청은 안 날부터 3년, 발생일부터 10년 안에 해야 합니다(같은 법 제25조). 다만 사기 같은 재산범죄는 구조금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한편 형사조정은 이 시점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절차가 아닙니다. 형사조정은 검사가 수사 중인 사건을 회부하는 절차이고(제41조), 배상명령이 각하되는 시점은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끝난 뒤이기 때문입니다.

4. 6개월 안에 옮겨야 하는 이유
배상신청은 민사소송의 소를 제기한 것과 같은 효력을 가집니다(제26조 제8항). 그런데 민법 제170조 제1항은 재판상 청구가 각하되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어진다고 정합니다. 같은 조 제2항은 6개월 안에 다시 재판상 청구 등을 하면 처음 청구한 시점에 시효가 중단된 것으로 본다고 정합니다. 이에 따르면 각하 재판이 확정된 날부터 6개월 안에 민사소송이나 지급명령으로 옮길 경우 처음 배상신청을 낸 시점의 시효상 효과를 주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배상신청의 각하에 이 조항을 직접 적용한 대법원 판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조문의 문언을 연결한 해석이므로 모든 사건에서 그 효과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개별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습니다. 각하 결정을 받으셨다면 기한을 넉넉히 두지 마시고 되도록 빨리 다음 절차를 준비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5. 상담 전에 확인해 두실 사항
- 각하 결정문 또는 판결 주문을 확보하셨나요. 어느 사유로 각하됐는지가 다음 절차 선택의 출발선입니다.
- 합의서와 변제 내역, 계좌이체 내역을 정리해 두셨나요. 민사소송도 지급명령도 금액과 근거를 뒷받침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 상대방의 주소를 알고 계신가요. 지급명령은 공시송달이 아닌 방법으로 송달할 수 있어야 신청할 수 있습니다.
- 각하 재판이 확정된 날부터 얼마나 지났는지 확인하셨나요. 6개월이라는 기한을 염두에 두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 상대방에게 직접 연락해 합의를 받아내려 하지 마시고, 자료를 먼저 정리하신 뒤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6. 자주 묻는 질문
Q1. 각하 결정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나요?
아니요. 신청인은 각하 결정에 불복할 수 없고, 같은 배상신청을 다시 낼 수도 없습니다(제32조 제4항).
Q2. 각하되면 손해배상을 아예 못 받게 되나요?
아닙니다. 각하는 형사재판 안에서는 다루지 않는다는 결정일 뿐이고, 손해배상청구권은 그대로 남습니다. 민사 절차로 옮겨 다시 청구할 수 있습니다.
Q3. 합의를 하면 배상명령에 유리한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합의서가 제출되면 오히려 남은 손해의 범위가 불명확해져 배상명령이 취소되거나 각하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Q4. 각하된 뒤 6개월이 지나면 어떻게 되나요?
민법 제170조에 따른 시효 중단의 소급 효과를 받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직접 다룬 판례는 확인되지 않아 개별 사안에 따라 확인이 필요합니다.
Q5. 재산범죄 피해자도 범죄피해구조금을 받을 수 있나요?
받을 수 없습니다. 범죄피해구조금은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범죄를 대상으로 하며, 사기나 공갈 같은 재산범죄는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위 답변은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판단은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마치며
배상명령이 각하되는 이유는 대체로 하나의 질문으로 모입니다. 피해 금액이 특정되고 배상책임의 범위가 명백한가입니다. 답이 아니오로 나오면 형사재판은 더 이상 배상을 다루지 않지만, 손해배상을 받을 권리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각하 결정을 받으셨다면 남은 절차와 6개월이라는 기한을 함께 점검해 보시는 것이 다음 단계입니다.
각하 사유와 남은 선택지, 6개월이라는 기한까지 한 번에 확인해 보고 싶으시다면 상담을 통해 현재 단계와 준비할 자료를 함께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