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면 그 자리에서 판이 끝난 것처럼 보입니다. 항소해도 달라질 게 있느냐는 질문이 먼저 나옵니다.
아래는 그 질문에 답이 될 만한 한 사건의 진행입니다. 다만 결과는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지므로, 같은 결과를 약속하는 글은 아닙니다.
▶ 사건 요약
- 불리했던 사정 — 혈중알코올농도가 높은 편, 음주운전 벌금형 전력 2회, 피해자 상해
- 1심 — 징역 1년 4개월 실형
- 항소심 — 원심 파기, 징역 1년 2월에 집행유예 3년 + 준법운전강의 40시간
- 갈린 지점 — 「당심에 이르러」 이루어진 피해자와의 합의

「음주운전 사고 항소심」을 찾아보신 분들이 실제로 궁금해하시는 건 조문이 아니라, 뒤집힌 쪽에는 무엇이 있었는가일 겁니다. 그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1. 어떤 사건이었나
유리한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하다 사고를 냈고, 사람이 다쳤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는 판결문 표현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었습니다. 게다가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두 번 받은 전력이 있었습니다.
1심은 징역 1년 4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2. 무엇이 문제였나
쟁점은 하나였습니다. 항소심에서 이 실형을 뒤집을 수 있는가. 여기에는 두 개의 관문이 있습니다.
첫째, 선고형이 징역 3년 이하로 내려와야 합니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때만 붙일 수 있습니다(형법 제62조 제1항). 같은 항 단서가 정하는 결격사유의 기준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전력입니다. 전과의 횟수가 아니라 종류를 봅니다.
둘째, 항소심이 1심의 양형을 뒤집을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1심 양형을 존중하되, 항소심에서 새로이 현출된 자료를 종합할 때 원심을 그대로 두는 것이 부당하다면 파기해야 한다고 봅니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원칙은 존중이고, 파기는 요건을 갖춘 예외입니다.

가벼운 사건도 아니었습니다. 위험운전치상은 법정형의 하한이 징역 1년인 죄입니다(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1 제1항).
그리고 항소심 자체가 쉬운 자리가 아닙니다. 지방법원 항소부가 처리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사건을 보면 열 건 중 여섯 건 가까이(약 58%)가 항소기각으로 끝났습니다(2,411건 중 1,395건 · 사법연감 2025). 원심이 그대로 유지되는 쪽이 다수라는 뜻입니다.

3. 변호인으로서 한 일
다툴 것과 인정할 것을 나눴습니다.
사실관계와 법리는 다투지 않았습니다. 항소이유를 양형부당 하나로 좁혔습니다. 다투지 않기로 한 부분을 붙들고 있으면, 정작 판단받아야 할 부분에 재판부의 시선이 닿지 않습니다.
1심에서 끝나지 못한 일을 항소심에서 완성했습니다.
판결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당심에 이르러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 다섯 글자가 사건의 핵심입니다. 1심 재판부는 판단할 수 없었던 사정이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본 「항소심에서 새로이 현출된 자료」가 바로 이것입니다.

항소심은 1심을 다시 심리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1심 당시에는 없었던 것을 올릴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피해의 정도와 전력의 종류를 정확한 자리에 놓았습니다.
항소심은 판단 이유에 「피해자의 상해 정도가 중하지 않다」,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전력은 없다」고 적었습니다. 앞서 본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가 보는 것이 바로 이 두 번째 문장입니다.
4. 결과와 그 의미
항소심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판결했습니다(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징역 1년 2월, 그리고 이 판결 확정일부터 3년간 집행유예. 여기에 준법운전강의 40시간 수강명령이 더해졌습니다.
두 가지가 함께 일어났습니다. 형기가 1년 4개월에서 1년 2월로 줄었고, 그 형의 집행이 3년간 유예됐습니다. 형기가 줄어든 것과 집행이 유예된 것은 서로 다른 일입니다.

선고된 형은 양형기준이 위험운전치상에 권고하는 구간 안에 있습니다. 틀을 벗어난 결정이 아니라, 같은 틀 안에서 어디에 놓일지가 달라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점은 분명히 말씀드려야 합니다. 합의가 있으면 집행유예가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앞서 본 같은 사건들 가운데 집행유예로 처리된 것은 열 건 중 한 건 정도(약 10%)였습니다(2,411건 중 246건 · 사법연감 2025). 합의는 법원이 살피는 여러 사정 가운데 하나이고, 이 사건에서도 불리한 사정들과 함께 저울에 올랐습니다.
두 수치 모두 지나간 사건들을 모아 관찰한 분포이지, 개별 사건의 결과를 예측하는 값이 아니며 원인을 알려주는 값도 아닙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사건 전체 기준이라 위험운전치상만의 통계도 아닙니다.
5. 비슷한 상황이라면

- 항소이유의 범위를 먼저 정하십시오. 전부 다투는 것이 늘 유리하지는 않습니다.
- 1심 이후 달라진 것을 객관적인 자료로 남기십시오. 없던 사정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있었던 변화를 확인 가능한 형태로 정리하는 일입니다.
- 피해 회복은 판결 선고 전까지 가능합니다. 1심에서 이루지 못했다고 끝나지 않습니다.
- 피해자와의 문제는 보험 처리와 별개입니다. 보험으로 처리됐다는 사정만으로 형사 절차가 정리되지는 않습니다.
- 상담에 가져오실 것 — 선고일, 1심 판결문, 과거 처벌 내역(벌금인지 징역인지 구분).
6. 자주 묻는 질문
항소하면 형이 줄어드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항소심은 1심 양형을 존중하는 것이 원칙이고, 통계로도 원심이 유지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형이 달라지려면 1심의 판단을 그대로 두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
합의하면 집행유예를 받나요?
합의는 법원이 고려하는 여러 사정 중 하나입니다. 합의만으로 결과가 정해지지 않으며, 사고의 내용·전력·피해 정도가 함께 판단됩니다. 위 사례에서도 불리한 사정들이 판단 이유에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1심에서 합의를 못 했으면 늦은 건가요?
합의 자체에 시기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고, 실무상 판결 선고 전까지 진행합니다. 다만 1심과 항소심 중 어느 단계의 합의가 더 유리한지를 일반화해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개별 사안에 따라 다릅니다.
위 내용은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판단은 사안에 따라 다릅니다.
마치며
항소심은 1심을 되풀이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1심이 판단할 수 없었던 것을 올리는 자리입니다. 그 자료가 무엇인지, 언제까지 만들 수 있는지는 사건마다 다릅니다.
1심 실형 선고 후 항소를 검토하고 계시다면, 선고일과 1심 판결문, 그리고 1심 이후 새로 달라진 사정 세 가지부터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남은 항소 기간까지, 현재 단계와 준비할 자료를 함께 점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