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한 통에 "사기 혐의로 고소장이 접수되었습니다"라는 통지를 받으면, 머릿속에는 당장 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먼저 스칩니다.
돈을 빌려준 뒤 돌려받지 못해 고소를 준비하는 분과, 고소 접수 사실을 알게 되어 조사를 앞둔 분은 준비할 내용이 다릅니다. 이 글은 후자의 입장에서 설명합니다.
사기죄가 실제로 무엇을 묻는지, 그리고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순서대로 짚어보겠습니다.

핵심 정리
- 고소장이 접수됐다고 곧바로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기소로 이어지는 사건은 일부입니다.
- 사기죄가 묻는 것은 "돈을 못 갚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빌릴 때 속였는가"입니다(형법 제347조).
- 판단 기준은 지금이 아니라 빌릴 당시입니다. 빌릴 때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뒤 사정이 바뀌어 못 갚게 되어도 원칙적으로 민사 문제입니다. 다만 빌릴 당시에 돈의 용도나 담보, 재산 같은 중요한 사정을 따로 속인 것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 빌릴 당시 상태를 보여주는 자료(대화 내역, 금융거래내역서 등)를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수사 대응에서 가장 먼저 할 일입니다.
지금 상황이 급하시다면 아래 실무 체크리스트를 먼저 확인해 보셔도 됩니다.
1. 고소장이 접수됐다는 것과 사기죄가 된다는 것은 다른 말입니다

고소장이 접수되었다는 통지는 수사가 시작됐다는 뜻이지, 사기죄가 인정됐다는 뜻이 아닙니다.
먼저 한 가지를 못 박아 두겠습니다. 아래 숫자는 전국의 사기 사건을 전부 모아 놓고 본 것이지, 내 사건이 어떻게 될지를 알려주는 수치가 아닙니다. 같은 혐의라도 빌릴 당시 사정이 다르면 기소로 이어지기도 하고, 혐의없음으로 끝나기도 합니다.
검찰연감 2025년판을 보면, 사기죄로 처리된 사건 중 기소로 이어지는 비율은 열 명 중 서너 명 수준입니다(2024년 처리 총계 210,718명 중 기소 74,580명, 35.4%, 검찰연감 2025). 반대로 혐의없음으로 끝나는 사건도 열두 명 중 한 명 꼴, 8.4%(17,604명)입니다(검찰연감 2025).
이 수치는 형법 제347조 "사기" 단독 죄명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사기)·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컴퓨터등사용사기는 별개 죄명으로 집계되며, 여기 수치와 합산하지 않습니다.
이 혐의없음 8.4%가 어떤 사건에서 나오는지는, 뒤에서 살펴볼 빌릴 당시의 상태와 맞닿아 있습니다. 처리 단계마다 결과가 다른 이유는 사건마다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수사기관이 들여다보는 것은 고소장에 적힌 피해 금액이나 못 갚고 있는 기간이 아니라, 애초에 돈을 빌릴 때 무슨 일이 있었는가입니다. 그렇다면 고소장이 접수된 사건과 실제로 사기죄가 인정되는 사건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2. 사기죄가 벌하는 것은 「못 갚은 것」이 아니라 「속인 것」입니다

형법 제347조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를 처벌한다고 정합니다. 법정형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조문이 벌하는 핵심 행위는 기망, 즉 상대를 속이는 행위입니다. 돈을 갚지 못한 결과 자체를 벌하는 조문이 아닙니다.
그래서 "지금 갚을 돈이 없다"는 사정은 그 자체로 사기죄의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애초에 빌릴 때 상대를 속였는가입니다.
"속였는가"는 언제를 기준으로 판단할까요.
3. 그래서 기준은 빌린 뒤가 아니라 빌릴 당시입니다

대법원은 차용금 사기 사건에서, 사기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시점을 빌릴 당시로 봅니다. 빌릴 당시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뒤 사업이 무산되거나 형편이 나빠져 갚지 못하게 되어도 이는 원칙적으로 민사상 채무불이행이지 사기죄가 아니라고 봅니다.
바꿔 말하면, 지금 못 갚고 있다는 사실은 수사기관이 함께 보는 사정 중 하나일 뿐이고, 정작 무게가 실리는 시점은 빌리던 그 순간입니다.
한 가지 오해는 미리 풀어두는 편이 좋겠습니다. 기준 시점이 빌릴 당시라는 말은 그 뒤에 있었던 일을 아예 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빌린 뒤에 이자를 냈는지, 돈을 어디에 썼는지, 사업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같은 사정은 빌릴 당시에 어떤 상태였는지를 되짚는 자료로 쓰입니다. 판단하는 시점이 빌릴 당시일 뿐, 자료는 그 앞뒤를 함께 봅니다.
그러면 빌릴 당시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는 무엇으로 가리게 될까요.
4. 빌릴 당시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빌릴 당시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뒤 형편이 나빠져 못 갚게 되어도 원칙적으로 민사상 채무불이행입니다. 대법원은 돈을 빌려준 사람이 빌린 사람의 신용 상태를 이미 알고 있어 갚지 못할 위험을 예상할 수 있었던 경우, 빌릴 당시 갚을 의사·능력이나 조건 등 빌려주는 결정에 중요한 사항에 관해 따로 거짓말을 한 사정이 없다면, 나중에 못 갚았다는 사실만으로 속일 의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봅니다.
반대로, 빌릴 당시부터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거나, 돈의 용도처럼 빌려줄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사정을 속였다면 사기가 성립할 여지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실제 용도를 알렸다면 상대가 빌려주지 않았을 관계였는데도 용도를 속이고 돈을 빌린 경우를 기망으로 봅니다.
혐의없음과 기소유예도 여기서 근거가 다릅니다. 혐의없음은 죄가 되는 요건이 인정되지 않거나, 그것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될 때의 불기소 처분입니다. 속일 의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는 그중 하나이고, 속인 행위 자체가 인정되지 않거나 빌려준 결정과의 연결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도 여기에 들어갑니다. 기소유예는 죄가 되는 요건은 인정되지만, 사정과 피해 회복 등을 참작해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입니다. 앞서 본 혐의없음 8.4%에는 이 여러 사유가 함께 섞여 있으므로, 전부가 「빌릴 당시 속일 의도가 없었던 사건」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빌릴 당시 상태는 무엇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특정 자료 몇 가지로 한정하지 않고, 빌리기 전후의 재산 상태와 환경, 거래가 진행된 과정 등을 종합해서 판단합니다. 실무적으로 함께 검토되는 사정은 빌릴 당시 보유한 재산과 그 실제 가치, 담보 설정 여부, 이미 지고 있던 채무, 빚이 재산보다 많았는지 여부, 정기적인 수입과 갚을 재원이 실제로 있었는지, 빌린 돈을 어디에 썼는지, 갚을 계획이 있었는지, 그 뒤 실제로 갚아 나간 경위 등입니다.
자료는 두 갈래로 나눠 두면 정리하기 쉽습니다.
- 빌릴 당시를 직접 보여주는 자료 — 그때 주고받은 대화, 당시 보유하던 재산과 수입, 돈의 용도에 관한 설명, 갚을 계획
- 그 당시 상태를 뒤에서 확인해 주는 자료 — 빌린 돈의 실제 사용처, 이자나 원금을 낸 기록, 사업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두 갈래 모두 수사기관이 빌릴 당시 상태를 판단하는 데 참고가 되는 자료입니다. 다만 이 자료를 낸다고 결과가 미리 정해지는 것은 아니며, 결과는 사안마다 다르게 판단됩니다.
차용 당시의 설명과 자금 상태, 그 뒤의 사용처와 변제 내역을 시간순으로 갈라 놓고 보면 무엇을 먼저 소명해야 하는지가 선명해집니다. 조사 전에 자료를 정리해야 한다면, 지금 가지고 계신 자료부터 상담에서 함께 점검해 보실 수 있습니다.
5. 상담·대응 전 실무 체크리스트

상담 전 준비자료(시점을 나눠서 챙기십시오)
- 차용 당시 주고받은 대화 내역(카카오톡·문자·통화 기록)
- 차용 시점 전후의 금융거래내역서 — 최근 것만으로는 빌릴 당시를 보여주지 못합니다
- 빌릴 당시 보유하고 있던 재산·수입, 갚을 재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을 보여주는 자료
- 차용 이후 자금을 어디에 썼는지와 실제로 갚아 온 내역(계좌 이체 내역, 영수증 등)
- 지금 사정을 확인해야 할 때만 최근 거래내역
대응 전 확인사항
- 고소장·출석요구서에 적힌 출석 일시와 장소
-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
- 지금까지 갚은 금액과 시기
하지 말아야 할 행동
- 고소인에게 직접 연락해 합의를 압박하거나 다투는 것
- 증거가 될 수 있는 대화 기록을 임의로 삭제하는 것
- 출석 요구를 근거 확인 없이 미루는 것
6. 자주 묻는 질문

Q1. 돈을 일부라도 갚았으면 사기죄가 안 되나요?
일부 변제 여부는 여러 정황 중 하나로 참고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사기 성립 여부를 결정짓지는 않습니다. 핵심은 빌릴 당시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입니다.
Q2. 고소장을 받았는데 아직 경찰 출석 통보가 없습니다. 지금 뭘 해야 하나요?
출석 통보를 받기 전이라도 빌릴 당시 상황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대화 내역, 금융거래내역서 등)를 미리 정리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Q3. 혐의없음과 기소유예 중 어느 쪽이 더 유리한가요?
두 처분은 근거가 다릅니다. 혐의없음은 죄가 되는 요건이 인정되지 않거나 증거가 부족한 경우이고, 기소유예는 죄가 되는 요건은 인정되지만 사정을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경우입니다.
Q4. 변호사 없이 혼자 대응해도 되나요?
가능합니다. 다만 빌릴 당시 상태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어떤 순서와 형식으로 제시할지는 사안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Q5. 빌려준 사람이 이미 제 형편을 알고 빌려줬는데도 고소를 당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다만 상대방이 신용 상태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사정은, 빌릴 당시 별도로 중요한 사항을 속인 것이 없었는지를 함께 살피는 데 참고가 되는 사정 중 하나입니다.
이 답변들은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사안의 판단은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마치며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하면 지금 못 갚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쏠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수사기관과 법원이 실제로 판단하는 것은 빌릴 당시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가입니다. 그 상태를 보여주는 자료를 미리, 정확하게 정리해 두는 것이 수사 대응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지금 상황을 설명하려 애쓰는 대신, 빌리던 순간으로 돌아가 그때 무엇을 가지고 있었고 무엇을 약속했는지를 자료로 남겨두시기 바랍니다. 그 자료가 결국 수사기관이 판단하는 근거가 됩니다.
빌릴 당시 상태부터 함께 정리해 보세요
고소 내용이 무엇인지, 지금까지 어떤 대화와 거래 기록이 남아 있는지에 따라 준비할 자료가 달라집니다. 수원 사무실에서 현재 단계와 준비하실 자료를 함께 점검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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